2015년 1월 21일 수요일

01 Dr. No(닥터 노,'살인번호')의 007 James Bond Suit, 1962년

저는 패션을 전공했지만 패션 분야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남성복쪽으로 하고 싶었는데, 밀라노 유학 당시 제 주제도 모르고 브리오니, 토즈 그룹, 꼬르넬리아니, 아톨리니, 키톤 등등 소위 초럭셔리 브랜드쪽으로만 이력서를 돌렸고, 당연히 부르는 곳은 한곳도 없었습니다. 밑바닥 부터 시작해서 그 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런건 생각도 안하고...ㅡㅡ;;

그러다가, 다른 분야로 빠졌고 원하던 남성복쪽 일은 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냥 '바라만 보는'게 제 현실입니다.

뭐 남성복 분야에서 수트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이것저것 본것은 많고, 특히 007 시리즈에 나온 수트들을 매우 좋아합니다.(몇개 빼고)
예전에 얼루어에 남성복 관련 칼럼같은거 쓸때, '남자들은 제임스 본드만 참고하고 그이상은 하지 마라'라고 썼을 정도였죠.

암튼 요즘 시간이 많아서, 제 블로그에 007 제임스 본드의 수트 이야기를 써 볼까 합니다.

이번에는 그 첫번째로, 007의 첫 영화로 시작하려 하고요.

Dr. No(닥터 노)는 1962년 첫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입니다.
이안 플레밍이 처음 출간한 소설은 'Casino Royale(카지노 로얄)' 이지만, 영화 판권등등에서 복잡한 속사정이 있어 이 닥터 노 부터 영화가 되었었지요.

뭐 이안 플레밍하고 당시 제작진은 여러 배우들을 고려하다가, 엉겁결게 당시 완전 무명이었던 숀 코너리가 당첨(??)되었었고,
하도 '부티'가 안 나던 숀 코너리에게 테렌스 영 감독이 '하루 종일, 잘때도 Turnbull & Asser(턴불 앤 애서) 셔츠를 입어라' 라고 할 정도로 영국 귀족 분위기를 심기 위해 애를 썼다죠.

그리고 007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소설로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 첫번째 영화 제작시에만 해도 어찌보면 '저예산 영화'였다는 점도 영화를 보실때 미리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제작진도 돈이 부족했고, 원 작자인 이안 플레밍 역시 금전적으로 매우 쪼들려서..)

첫번째 제임스 본드의 시작입니다. 겉모습만 보기에도 뭔가 양아치+귀족 분위기가 섞인듯한....
당시 시대 분위기도 있지만, 숀 코너리가 연기한 본드는 여자를 여러번 때리기도 했고, 또 엉덩이를 찰싹(!!) 치는 것도 자주 나왔다죠.
뭐 꽃미남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은 여자를 때리지는 않아도 무장 안한 여자를 한방에 죽이기도.....ㅡㅡ;;
저 숄칼라 다크네이비 턱시도에 끝이 뾰족한 보타이는 이후 본드 시리즈에서 오마쥬 되기도 합니다.



위에서도 보이지만 숀 코너리는 어깨부분에 패드가 들어가 있으며, 어깨부분이 강조된 수트를 즐겨 입었습니다.
바지 밑단은 요즘 기준으로는 길어 보이지만, 절대 긴 것은 아닙니다. 요즘은 양말이 다 보일 정도로 너무 짧죠.
(몇년전만 해도 바짓단이 땅에 끌릴정도로 입더니만, 갑자기 구두 위를 넘어 양말이 다 보일 정도로 다들 입고 다니니...) 
위의 사진에서는 진한 회색의 수트를 입었는데, 벤트(트임) 길이가 매우 짧습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자세하게는 안 나오지만, 소매 끝 단추가 다 리얼버튼홀인데, 숀 코너리는 풀르지 않았고요.
(리얼버튼홀 단추를 한두개 풀르는 것은 이탈리아쪽에서 유래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많이 풀르고, 영국에서는 그다지 보지 못했고요)
좀 더 자세히 보면, 라펠은 약간 좁고 어깨와 가슴 부분에 약간의 여유분이 있어 미세하게 드레이프가 보입니다. 이정도 여유분은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진에는 잘 안나오는데, 글렌체크 수트입니다. 거기에 하늘색 셔츠와 감색 솔리트 타이.
그리고 바지는 벨트 없이 단추로 된 사이드 어드저스터블 밴드로 되어 있는데 숀 코너리는 이런 바지를 주로 입고 나왔습니다.(원래 맞춤에는 벨트를 안하는 것이 당시에는 보편적이라...)
그리고 칵테일커프스 셔츠를 거의 입고 나왔습니다.(가끔 프렌치 커프스)-Turnbull & Asser

참고로 이 수트를 입고 나온 신에서, CIA의 펠릭스 라이터가 본드에게 수트를 어디에서 했는지 묻자 본드는 '셰빌로에서 했다' 라고 했는데요.
이 영화에 입고 나온 수트는 Anthony Sinclair 라는 곳에서 맞췄으며(숀 코너리가 007 시리즈에 입고 나온 거의 모든 수트는 그곳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매장은 셰빌로 거리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죠(지금 매장이 옛날 매장 그대로인지는 확실하지 않아서....)
다만, 소설 속 본드는 Turnbull & Asser 셔츠하고 셰빌로에서 맞춘 수트를 입는다고 나오긴 합니다. 그런데 신발은 로퍼를 즐겨 신는다고 나오는.....(원래 로퍼는 격 있는 자리에서 신는 신발이 아닌지라..)

 이런 감색 블레이저에 짙은 회색 바지를 입기도....

또다시 밝은 글렌체크 수트에 하늘색 셔츠, 감색 타이.....
위에 나왔던 의상을 다시 입었을수도...(당시에는 저예산 영화)



또 위에 나온듯한 블레이저와 진한 회색 바지 입니다.

한번 이 영화에 나온 수트나 세퍼레이츠 등을 종합해보면...

턱시도: 1회
진한 회색 수트: 1회
밝은 회색 글렌체크 수트: 1회(또는 2회)
감색 블레이저+진한 회색 바지: 1회(또는 2회) 

생각보다, 수트 수가 좀 적네요.
사실 현실적으로 따지면 이것도 많은 것이죠.
해외 출장간 공무원이 비행기 탈 때 입는 수트 1벌, 여분으로 가져간 수트 1벌, 그리고 감색과 회색의 세퍼레이츠 1벌....
아마 대부분 분들이 출장 가시면 수트 1벌로 계속 때우실 듯.

이 이외에도 캐주얼 등도 있지만 웬만하면 수트만 언급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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